Ryu Jin
(b.1978)
날틀
Digital Render + Photoshop
1440×2036px | 202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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《쿠팡맨》
하얀 양복을 입은 노신사는 산중턱의 겨울 궁전 앞에 서 있었다. 눈 덮인 대지 위에서 입김을 뿜어내며, 그는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. 눈밭에 깊게 박힌 지팡이를 살짝 흔들며 하늘을 바라보았다. 스크루지처럼 얄팍하고 날카로운 눈빛, 고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. – 노신사 : “음, 저건 또 뭐야? 고양이가… 드론을 타고?” 하늘 위를 가로지르는 작은 드론 위에는 체크가 당당히 앉아 있었다. 드론은 부드럽게 소리 없이 공중을 미끄러지듯 날아갔다. – 현정 : “체크, 들리니? 거기 상황 어때?” – 체크 : ”들린다, 인간. 바람이 꽤 세네. 하지만 문제없어, 드론 조종은 익숙하지.” – 현정 : “잘하고 있어, 체크. 도미 배달 잘하고 빨리 돌아와.” – 체크 : “걱정 마. (혼잣말) 저기 생선 냄새가 엄청 나는데… 이걸 왜 배달해 줘야 하지? 내가 먹을 수도 있는데.” – 현정 : ”(엿듣고는) 체크, 그건 고객의 생선이야. 다 배달하고 나면 집에 맛있는 츄르 준비해 줄게.” – 체크 : “좋아, 거래 성사야. 아, 앞에 비둘기들 보인다. 내 드론 건드리기만 해 봐. 내가 어찌할지 모른다.” – 현정 : “조심해, 체크. 비둘기랑 싸우지 말고.” – 체크 : “알겠어, 그냥 경고만 줄게. 잠시 후 도착한다. 이따 보자!” 체크가 배달에 집중하는 사이 현정은 고감도 카메라로 현장을 찍고 있던 참이었다. – 현정 : “기다리고 있을게, 체크. 안전하게 돌아와.” – 노신사 : “옛날에는 고양이가 그저 지붕 위를 뛰어다니던 법인데, 세상 참 변했구만. 생선 배달을 맡기다니… 하하. 마름들보다 저 고양이가 일을 더 잘할 것 같군.” 그는 잠시 멈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,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중얼거렸다. – 노신사 : (음흉하게) 혹시 배달 물품이 고양이려나?” |